지난 10월 27일 김학민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이 경기아트센터 신임 이사장으로 부임, 2년 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임원추천위원회는 "경기도예술단 및 센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기도 내 문화기관 재직과 이사장을 역임한 경험이 경영과 조직 관리에 있어 강점이 될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는데, 이는 현재 경기아트센터에서 그의 활약상이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취임 일성으로 "경기아트센터가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김학민 이사장의 이러한 고민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적어도 그가 처음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으로 일을 시작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때는 변변한 문화 인프라도 없었고, IMF로 인해 사회가 굉장히 가라 앉아 있을 때였어요. 그야말로 온 국가가 힘이 빠져 있을 때란 말이죠.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춤추고 노래하는 문화예술로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무지무지하게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그것은 어쩌면 197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태동해 80년대 민중운동의 활성화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민중문화운동의 연속이었다. 저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이나 기능은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이 갖는 역할이나 힘에 대한 고민들이 지속돼 왔던 까닭이다.

김 이사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대부분은 독서를 통해 습득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문화예술이라는 게 그저 여가를 즐기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심성까지 바꿀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됐다.
이후 경기문화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그가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인 작업은 경기도 문화예술의 지형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었고, 그 중심 모토는 '경기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증대'였다. 특히나 문화예술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꾸준히 강조했다.
"자기 예술을 하기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경기아트센터도 마찬가지죠. 예술단의 경우에도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지만, 최종 목표는 도민들에 대한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4개 예술단의 보이지 않는 벽이 무너져야 한다는 얘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상호 간 아무런 대화도 없고, 서로가 뭘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은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며, 자신의 큰 그림도 이와 결이 다르지 않다고 피력했다.
또한, 장르별 예술인들의 통합 인력풀 시스템 도입으로 도민과 예술인, 나아가 예술교육까지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가 체계화되길 바란다는 김 이사장이다.

도내 곳곳에 예술인들이 설 수 있는 작은 무대, 예를 들어 하우스 콘서트나 마을회관 공연 등이 365일 내내 진행된다면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예술인 입장에서는 공연자로서 당당히 수익을 창출하게 되고, 특히 예술인 강사를 구하지 못해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지역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에서다.
"하루 하루를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이야기하면서는 빼곡히 적혀 있는 스케줄을 보여주기도 한 김학민 이사장. 그런 다이어리가 지금껏 20권이 넘는다고 하는 그의 말을 들으니 앞으로 경기아트센터의 남다른 행보와 발전된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한 기분좋은 착각이 들었다.
2개월 전, "경기아트센터 소속 예술단이 합동으로 선보이는 공연 레퍼토리 개발과 다양한 공연 방식의 창조, 예술 소외지역을 위한 공연 추진, 예술단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솔리스트 인재 교육·양성과 공연 활동 권장 등을 위해 힘쓰겠다"고 한 김 이사장의 야심찬 포부가 2024년 새해부터 어떻게 현실화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