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비’만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수지구 동천동에서 운영하던 임가공업 작업장이 지난해 8월 느닷없이 들이닥친 물 폭탄으로 인해 30여 분만에 완전 침수돼 재기 불능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까지의 자체 조사 결과 침수피해의 원인이 용인시의 주먹구구식 행정과 무책임한 조치,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에 M이코노미뉴스는 입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기획취재를 통해 관련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
2022년 여름, 용인시 수지구 소재 학교급식 및 군납용 수산물 임가공·납품 작업장 일원에서 발생한 침수사고 피해가 엄연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수)용량 및 위치 균형이 맞지 않는 등 마을 전체적으로 배수시설의 설치나 관리가 엉망인데다 특히, 마지막 손곡천으로 나가는 공공우수관의 문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 까닭이다.
피해 당사자 A씨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8일 밤 11시 40분께 수지구 동천로 437번길 8 지하 1층, 100여 평의 작업장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물이 가득 차 공장 제조시설 및 냉동 식자재 모두를 버리게 되는 등 16억 원 상당(피해자 추산)의 재산손실을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쏟아져 들어온 빗물로 작업장 전체가 물에 잠기는데 걸린 시간은 30여 분도 채 안 됐다.

이 때문에 수억여 원에 달하는 새우탈각기 및 원물투입용 상승컨베이어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HACCP인증을 받기 위해 설치한-손을 씻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장비를 비롯해 5평짜리 급냉실, 냉동고 4기(20평 정도), 복식 진공포장기, 오징어 탈피기, 도미노 등 고가의 기계 설비 대부분이 폐기됐다.
뿐만 아니라 식자재 납품을 위해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백새우살, 낙지, 쭈꾸미, 관자 등 6억여 원(피해자 추산)어치의 식품원료를 못 쓰게 된 것은 물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B수협에 보상한 새우 재고 가격만 해도 7억3천여만 원(피해자 추산)에 달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피해는 A씨가 사업을 시작한 2004년부터 연 매출 30억 원 규모로 성장한 최근까지 꾸준히 쌓아온 수많은 거래처가 이번 피해로 인해 다 끊어졌다는 사실이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전부 잃었으니 얼마나 황망했는지, 정확한 이유라도 알고 싶어 직접 원인 규명에 나섰다”며 “그런데 용인시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차라리 그때 내가 죽었어야 제대로 된 조사라도 이뤄졌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순께 경기도 차원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우수관로 설치현황 및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우수관로와 배수체계 적정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현장조사에 나섰던 전문가 C씨는 “이 마을의 경우 점차 세대수가 많아진 경우로, 처음엔 배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며 “다만, 이후 세대수가 늘어난 만큼 수리계산과 설계(배수 계획), 관로(메인·가지관 등) 확장 등의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도로 중 하나의 관로가 막혀 있었는데, 이로 인해 빗물이 갈 곳이 없으니 (피해구역) 도로가 범람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일단 지자체에서 관리를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만약 폐공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C씨는 용인시의 잘못된 행정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는 ‘우수관로와 배수관로 배치도 및 관망도’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A씨의 요청조차 ‘용인시 공간정보 보안관리 규정’ 제7조제1항에 따른 공개제한 공간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줄곧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힘겹게 싸우고 있는 A씨는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인한 침수피해라는 게 분명해 졌는데도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의 작업장 침수피해 당시 용인시 수지구청은 경수고속도로(주) 측에 ‘용인-서울 고속도로 개설’로 도로 및 배수체계가 변하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도로 침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배수 시설물 확충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 최근까지 두 기관이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