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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분의 법칙

<칼럼> 유현숙의 위로와 화해


5분의 법칙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인지행동치료전문가

 

2023년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이자 전국수석을 차지한 권하은양은 한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롤모델로 꼽았다. 권양은 “예전에 김연아 선수가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하냐'는 물음에 '그냥 한다'라 답하는 걸 봤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그냥 공부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국민 MC 유재석도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큰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은 한 내담자도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늘 앞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어떤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는데 취미로 뜨개질을 시작하면서 그런 자신의 습관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언제 다 완성하지?’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땀, 한 땀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목도리 하나가 완성돼 있더란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커다란 목표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뚜렷한 목표가 행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멀고 큰 목표를 바라보는게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평소 ‘잘 하고 싶다’ 혹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면, 칭찬에 목말라 하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크다면, 실제 이룰 수 있는 것 보다 늘 높은 기준을 세운다면 대체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 해야 하고, 실패나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계획을 세우는 데만 지나치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곤 한다. 그러다 막상 해야 할 일을 자꾸만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만약 그런 성향이라고 생각된다면 앞서 언급한 사람들처럼 ‘그냥 하기’의 방략을 써 볼 것을 권유한다.
 

그냥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우선 마음 속에 있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마음가짐을 조금은 가볍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등 부담감을 덜고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한 번쯤 해주는게 도움이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사람들이 자기에게 자주 해주는 말을 ‘셀프 토크’라고 하며, 각 개인 안에 어떤 자기 암시와 자동적 사고들이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잘 하지 못했으니(실패했으니, 실수했으니)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야“, ”나는 자격이 없어“, ”이제 난 망했어“ 같은 셀프토크를 마주할 때가 많다. 속으로 이 말들을 한번씩 되뇌어 보라. 기운이 나는가? 반대로 잘 하고 싶은 부담감이 들더라도 그 마음을 그냥 가볍게 알아차리고, ‘그럼 우선 눈 앞에 있는 것부터 하자’라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떤가? 후자가 훨씬 가뿐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독자들은 어떤 목표와 계획을 세웠는가? 벌써 작심삼일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우선 당장 눈 앞에 있는 해야 할 일을 딱 5분만 해보기로 하자. 근육질 몸을 만들기로 했다면 딱 5분만 투자해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는 것, 다이어트나 금주, 금연을 결심했다면 먹음직스러운 음식, 술, 담배 앞에서 5분 정도만 시간을 갖고 그 갈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성적을 올리고 성과를 내기로 했다면 우선 책과 일거리를 펼쳐놓고 5분 정도 워밍업을 하는 것. 그렇게 우선 시작해보길 바란다. 하다가 멈추어도 좋다. 다시 5분을 시도할 수 있는 힘은 생겼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 목표와 꿈 언저리에는 가 있을테니까. 그런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