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숙의 위로와 화해> 피해자가 되찾을 ‘영광’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인지행동치료전문가 한 전직 대통령 손자의 폭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내부자의 시선에서 비자금이 어떻게 그 일가의 호화생활에 쓰였는지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후련함을 주기도,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70년대 말에 태어난 필자는 (7년이나 되었던) 그 대통령 임기 중에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생운동으로 꽤 유명한 대학이 동네에 있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최루탄 냄새에 눈물, 콧물을 쏟으며 등, 하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뉴스만 틀면 80년대 특유의 화려한 색채감 속에 대통령의 업적을 치하(?)하는 장면이 먼저 나왔고, 이어서 학생, 시민들이 자욱한 연기 속에서 시위하는 장면이 늘 함께 보도되었다. 시위대에 대한 구타가 일상적이었으며 때로는 고문과 그로 인한 치사(致死) 소식까지 들려왔다. 조잡한 화려함으로는 아무리 가리려 해봐야 가릴 수 없는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였다. 뒤숭숭하며 흉흉한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도 폭력이 흔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심하게 체벌하는 것도,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를, 부모님이
<칼럼> 유현숙의 위로와 화해 5분의 법칙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인지행동치료전문가 2023년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이자 전국수석을 차지한 권하은양은 한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롤모델로 꼽았다. 권양은 “예전에 김연아 선수가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하냐'는 물음에 '그냥 한다'라 답하는 걸 봤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그냥 공부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국민 MC 유재석도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큰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은 한 내담자도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늘 앞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어떤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는데 취미로 뜨개질을 시작하면서 그런 자신의 습관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언제 다 완성하지?’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땀, 한 땀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목도리 하나가 완성돼 있더란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커다란 목표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뚜렷한 목표가 행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멀고 큰 목표를 바라보는게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칼럼> 유현숙의 위로와 화해 올해도 살아남은 우리를 위하여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 인지행동치료전문가)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에게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우울 삽화가 꽤 깊게 할퀴고 지나가 올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던 내담자였다. “사는 방법은 죽는 것 밖에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중략) 선생님 덕분에 많은 시간을 살아냈고, 살아내고 있고, 살아낼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치료자로 남아 주세요. 저와 다른 내담자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 만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요.” 꼭 우울, 불안, 큰 혼란감 같은 뚜렷한 정신적 고통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문제랑 씨름했을 것이다. 가족, 연인, 동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 우리를 괴롭게 했을 수도 있고 입시, 취업, 주거문제나 경제적 상황 등으로 속이 상하고 골머리를 앓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감을 주는 큰 사건, 사고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많은 좌절과 울분을 느꼈다. ‘울분’. 이 말 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한 마디로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있을까. 울분은 무언가 부당하거나(unj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