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용 스마트단말기 보급사업’이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뒤로 한 채 또다시 단가를 올려 지급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디지털 교과서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단말기를 구매해 각 학교에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도교육청은 약 1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0만원 대 단말기 31만여대를 구입, 도내 일선 학교에 보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학생 1인당 1스마트 단말기 보급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도 약 1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학생용 스마트단말기 보급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 최근 도교육청은 스마트단말기 예산 책정 단가를 1대당 50만원(2021년)에서 70만원(2022년)으로 40% 정도 상향 조정하라는 공문을 각 교육지원청에 내려 보냈다. 도교육청은 스마트단말기 18만여대를 초5, 중1, 고1 학년생에 우선 보급할 방침이다. 단가가 높아진 만큼 저장공간이나 해상도 면에서 좋아질 거라는 것이 도교육청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단가가 20만원씩 올라가면서 단말기 보급 대수가 18만여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보급한 단말기 대수(31만여대)와 비교할 때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과연 20만원이나 단가를 높인 단말기가 학교 현장에서 꼭 필요할까.
경기도 내 한 중학교 교사는 “올해 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50만원대 테블릿PC 90여대를 보급해 사용하고 있지만 해상도나 저장 공간 등에서 전혀 불편함 없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굳이 20만원이나 단가를 높여 구입하는 것은 예산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학생 A양은 “현재 사용 중인 테블릿 PC도 인터넷 속도나 화질 면에서 수업하는데 지장이 없다”며 “굳이 더 높은 사양의 테블릿PC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계 일각에서는 단가를 높일 것이 아니라 보급률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학교 급별 스마트단말기 보급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5월 기준 약 60만7,000대로 경기도 내 학생 약 150만 명 중 39.5%가 테블릿PC를 활용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단말기 보급단가를 70만원대로 정한 것은 지난해 보급 후 협의체와 회의 결과 사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70만원대의 제품으로 단가가 책정돼있지만 규격에 맞는 사양의 제품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